비평의 편지가 쓴 또 다른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2020년 마무리는 잘 하고 계신지요? 올 한 해 다들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하고 근심 어린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비평의 편지는 저를 비롯한 필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였습니다.
비평의 편지는 비평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비평이 담론 생산 기능을 한다면, 비평이 쓰이고 나서 말들이 오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발달된 현재에도 비평에 관한 말들, 영화에 관한 담론들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분명 어디선가 비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활발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비평은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평이 대화를 촉진하려면, 비평 또한 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여물지는 않았지만, 대화하는 비평이라는 형식을 통해 비평의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12월 편지와 함께 ‘해러웨이 선언문’에 관한 글을 동봉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공부모임을 하면서 비평의 편지를 하는 이유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발견한 영감이었습니다. 해러웨이가 말하듯, 저는 평자와 독자 또한 함께 구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생산자-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서서 비평이라는 장소를, 그 지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평자들의 결연만이 아니라, 독자와 평자의 결연으로 비평 문화, 영화 문화, 그리고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때때로 체념과 냉소를 듣게 됩니다. “요즘 누가 비평을 읽어.” “아무도 비평에 관심 없어.” “글 쓰는 사람 말고는 이제 아무도 안 읽어.” 이런 체념과 냉소로 비평은 점점 소수 집단에서만 유통 가능한 것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해러웨이가 말하듯 냉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부활을 위해 애쓰는 노력들, 그 협력적 실천까지 무너뜨립니다. 지금 저희에겐 협소하고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현실적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연대하고 연합하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저는 체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비평의 독자들은 우리 주변에 잠재하고 있으며, 이 편지를 받아보시는 여러분들과 같이 실제로 비평에 눈과 귀를 열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러한 현실과 잠재성을 믿으며 여러 필자 및 독자와 함께 비평을 써나가려 합니다.
비평의 편지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비평의 기능에 대해 거듭 고민하고, 독자분들께 의미 있는 담론을 전달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독자가 저희에게 소중한 타자인 만큼, 저희도 독자분들께 소중한 타자가 되겠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2020년 12월 14일
비평의 편지 필자 한창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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